[논객닷컴=김대복] 위열(胃熱)이 구취의 원인일까. 위열은 입냄새 주요 원인이라는 게 한의학계 정설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은 위열이 입냄새와 관련 없는 것으로 오해한다. 이는 구취 유발 요인으로 위열이 광범위하게 인식되는 것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마치 위열이 입냄새 원인의 거의 전부로 비쳐지는데 대한 문제의식이다.
그런데 위열은 이같은 논란이 일 정도로 입냄새와 연관이 깊다. 많은 한의학 고전에는 구취의 원인을 위, 폐, 간의 열증으로 본다. 위중부화(胃中不和), 스트레스(勞心)에 따른 허열(虛熱) 심비허약(心脾虛弱) 폐열(肺熱) 비열(脾熱) 등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위열의 비중을 높게 본다.
동의보감에서는 구취자 위열야(口臭者 胃熱也)로 표현했다. 입냄새는 위의 열이 원인이라는 뜻이다. 위의 열작용으로는 구취일증(口臭一證) 내열기(乃熱氣) 온적흉격지간(蘊積胸膈之間) 협열이충(挾熱而衝) 발어구야(發於口也)로 적시했다. 가슴에 누적된 열기에 또 열이 쌓이면 위로 치솟아 냄새가 난다는 의미다.
처방으로는 허화울열(虛火鬱熱) 온어흉중(蘊於胸中) 내작구취(乃作口臭) 의궁지고(宜芎芷膏)로 설명했다. 허(虛)하여 생긴 화(火)나 가슴에 쌓인 열에 의한 구취에는 궁지고가 좋다는 것이다.
구취의 일반적 동반 현상은 입마름이다. 구강건조도 위와 연관성이 깊다. 동의보감에서 설명한 위열구취(胃熱口臭)는 입안이 마르고 쓰며 냄새가 나는 증상이다. 소변은 붉으며 적고, 대변은 뭉쳐져 있다. 잇몸과 목이 자주 붓고, 헌다. 가슴앓이와 배고픔도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위의 열을 내리면서 구강 건조도 해소하는 가감감로음(加減甘露飮), 용뇌계소환(龍腦鷄蘇丸), 사위탕(瀉胃湯) 등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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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각 기관은 연계돼 있다. 위는 입, 잇몸, 치아와 경락(經絡)으로 소통된다. 인체의 장부에 과부하가 걸리면 열이 발생하고 냄새가 난다. 가령, 위와 장에 노폐물이 쌓이면 더 많은 에너지가 가해져야 소화가 된다. 발열작용과 염증 등으로 인해 더 뜨거워진 위는 냄새를 품게 된다. 또 위의 기능저하로 위염, 위궤양, 위암 등 여러 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질환이 만성이 되면 입냄새 개연성이 높다. 특히 습하고 온도가 높을 때 부패가 촉진돼 가스가 혈액이나 호흡에 섞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위유습열(胃有濕熱)이나 비위습열(脾胃濕熱)로 본다.
위열의 원인은 소화불량, 스트레스가 대표적이다. 근심과 걱정은 소화력을 약화시키고, 장부에 열을 발생시켜 입이 텁텁하게 한다. 위에 염증이 없는 신경성 소화불량도 입냄새가 날 수 있는 이유다. 소화불량이 지속되고, 하부식도괄약근의 조임력이 약해지면 위산이나 음식물이 식도로 올라오는 위산역류가 발생한다. 이때는 시큼한 냄새가 난다.
위의 열기는 입안의 건강도 위협한다. 구내염과 잇몸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강질환으로 인한 구취도 위의 열을 다스려야 하는 이유다. 위의 열은 장부의 높은 온도와 습도, 구강의 건조함을 유발한다. 이같은 상황은 구취 발생에 유리하다. 반면 장부의 온도가 적정하고 입안이 촉촉하면 입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차가울 때는 뜨거울 때에 비해 화학작용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화장실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얼음을 수북이 쌓아놓는 이유다. 한의학에서 구취 치료 때 위의 열을 내리는 처방을 주요하게 생각하는 근거다.
김대복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